기억은 −61%, 기록은 −78%: 5년 투자 실패를 문서로 다시 쓴 이야기

투자일지, X 원문 없이 블로그에서 처음 쓰는 글

TL;DR 5년 동안의 투자 실패를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다시 맞춰 보니, 나는 손실의 크기도, 사고가 난 날짜도, 규칙을 어긴 이유도 틀리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.

핵심 주장

  1. 기억은 결과에 맞춰 다시 쓰입니다. 나는 2023년 말 손실을 −61%로 알고 있었지만, 넣은 돈과 남은 돈으로 다시 계산하니 약 −78%였습니다.
  2. 기록이 잡아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내가 예외를 만든 순간입니다. 같은 실수는 늘 이번만은 상황이 다르다는 핑계와 함께 돌아왔습니다.
  3. 그래서 2026년 가을, 하루에 문서 하나, 덮어쓰지 않는 기록, 원본은 한 곳이라는 규칙으로 투자 기록을 다시 세웠습니다.

무슨 일이 있었나

나는 2021년 말 처음 크립토에 들어왔습니다. 그때부터 남은 것은 구글 Keep 메모 몇 줄, 캡처 몇 장, 거래 내역 파일이 전부였습니다. 2026년 9월, 이것들을 날짜순으로 다시 맞추며 아래 장면들을 문서로 남겼습니다.

  1. 2021년 12월: 뽑기를 실력으로 기억하다 NFT 민트로 산 몇 개가 리빌 뒤 희귀 개체로 나왔고, 투자금은 며칠 만에 약 5배가 됐습니다. 생애 처음으로 투자해서 돈을 번 경험이었습니다. 리빌은 무작위 뽑기였지만 나는 그것을 내 판단의 결과로 기억했습니다. 그 뒤로 4~5개 프로젝트에 돈을 나눠 넣었지만, 이름만 여러 개였을 뿐 모두 같은 NFT 과열 하나에 묶여 있었습니다.
  2. 2022년 1월 31일: 캡처 한 장 운영진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NFT 프로젝트(3022 Pass)에 돈을 넣었다가 러그풀을 당했습니다. 그날 남긴 캡처의 제목은 “Remember this RUG Pull”이었습니다. 이때 생긴 원칙이 “검증에 검증에 또 검증”입니다. 다만 그 원칙은 다음 프로젝트에 다시 올인하는 쪽으로 쓰였습니다.
  3. 2022~2023년: 메모는 −61%, 계산은 −78% 2022년 3월 16일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, 그해 크립토 시장에서는 대형 붕괴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. 나는 매크로를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. 가장 크게 들고 있던 NFT 프로젝트(PPA)는 운영자가 문을 닫으면서 가치가 거의 0이 됐습니다. 그 시절 내 파일에는 2022년 말 −48%, 2023년 말 −61%라고 적혀 있었습니다. 2026년 9월에 넣은 돈과 남은 돈만으로 다시 계산해 보니 2023년 말 기준 약 −78%였고, 나는 −78%가 맞다고 확인했습니다. 내 메모가 손실을 덜 아프게 적어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.

    “그냥 기도메타로 오르기만을 기도하는 멍청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던 거야.”

    2026-09-28 · 소급 기록에 남긴 나의 말

  4. 2023~2024년: 살아남은 하나, 그리고 첫 규칙 망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남은 돈을 살아 있던 게임 프로젝트 하나(Pixels)에 모았습니다. 마침 그 프로젝트가 다른 체인으로 옮기며 되살아났고, 내 자산도 다시 불어났습니다. 기록을 맞춰 보니 이 회복을 만든 결정적 사건은 내 판단이 아니라 바깥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. 운이었습니다. 그리고 2024년 4월, 처음으로 스스로 금지 규칙을 적었습니다.

    “절대로 이더리움 Re-Staking / 알트코인 De-Fi 하지말도록”

    2024-04 · 당시 포트폴리오 시트에 적은 메모

  5. 2024년 5월: 서명 한 번 에어드랍을 받으려다 가짜 사이트에서 서명을 한 번 했고, 하드웨어 지갑에 있던 예치 토큰이 한 번에 빠져나갔습니다. 하드웨어 지갑이어도 서명하면 돈은 나갑니다.

    “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.”

    2026-10-02 · 소급 기록에 남긴 나의 말

    2026년 10월에 온체인 기록을 다시 추적해 보니 내 기억과 두 군데가 달랐습니다. 나는 사고가 4월 중순쯤이라고 기억했지만 실제 사고는 그보다 약 4주 뒤였습니다. 빠져나간 금액도 기억보다 약 2할 적었습니다. 다른 지갑에서 빠진 것이 더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. 이번에는 기억이 손실을 더 크게 적어 두고 있었습니다. 며칠 뒤 나는 크립토에서 은퇴하겠다는 규칙을 적었습니다.

  6. 2024년 11월: 예외를 만든 날 은퇴 규칙과 알트코인 금지 규칙을 적어 두고도, 나는 다시 알트코인 단타로 돌아갔습니다. 결과는 좋았습니다. 그래서 더 위험했습니다. 2026년에 이 장면을 다시 적으며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.

    “원칙을 어긴거지. 그때 상황에 맞는 예외를 만들어서 합리화를 했었다.”

    2026-10-02 · 복기 노트에 덧붙인 답

  7. 2025년 9월 17일: 처음 쓴 복기 노트 처음으로 그동안의 투자를 처음부터 다시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. 노트의 첫 줄은 이랬습니다.

    “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배우고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바꾸어 나간다”

    2025-09-17 · 복기 노트

    하지만 이 노트는 날짜와 숫자를 확인하지 않은 기억 위주의 글이었고, 드라이브에는 그 뒤 1년 가까이 이어진 기록이 없습니다.

  8. 2026년 9월 22일: 10배인 줄 몰랐던 숏 작은 레버리지 숏 수익이 몇 번 쌓이자 숏은 공짜 돈이라고 착각했습니다. 그날은 배수도 확인하지 않고 추격 숏을 들어갔고, 3배인 줄 알았던 포지션은 10배였습니다. 몇 시간 만에 청산됐습니다.

    “돈을 잃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도 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한것에서 자괴감을 느꼈다.”

    2026-09-27 · 청산 회고

    이 청산이 투자 헌장과 다섯 개의 투자 문서를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.

  9. 2026년 9~10월: 메모를 기록 체계로 Keep 메모, 캡처, 거래 내역 파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을 구글 드라이브 한 폴더로 모았습니다. 헌장, 테제 노트, 매크로 지도, 실행 규칙서, 기록, 분기 회고 순서였습니다. 기록에는 운영 규칙 세 가지를 정했습니다. 하루에 문서 하나만 쓰고 날짜가 바뀌면 잠근다. 틀린 것은 덮어쓰지 않고 날짜를 붙여 정정을 덧붙인다. 새 기록이 생기면 목차 문서 하나만 고치고 본문은 건드리지 않는다. 원본은 드라이브 한 곳에만 두고, 결정마다 준수, 예외 주장, 위반 중 하나를 붙이기로 했습니다. 결과가 좋아도 예외를 주장했다면 예외 주장으로 남기기로 했습니다. 기록은 AI와 함께 썼습니다. AI가 정리하고 되물었지만, 내 말은 뜻과 말투를 바꾸지 않고 원문으로 남겼습니다.

내 생각

기록이 나에게 해 준 일은 세 가지입니다.

첫째, 기억을 고쳐 주었습니다. 내 기억은 한쪽으로만 틀리지 않았습니다. 오래 버틴 손실은 작게, 충격이 컸던 사고는 크게 남아 있었습니다. 기억은 그 순간 내 마음이 기댄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, 숫자와 날짜를 다시 맞춘 뒤에야 그 기울기가 보였습니다.

둘째, 반복을 보여 주었습니다. 2021년 리빌, 2024년 회복, 2026년 숏 수익. 세 번 모두 나는 운을 실력으로 착각했고, 세 번 모두 다음 행동이 더 커졌습니다. 하워드 막스의 『투자에 대한 생각』을 읽고 나는 이렇게 적었습니다.

“나는 운을 실력으로 착각했었다, 하지만 운은 길게가지 않고 구조적인 접근은 운이 나에게 다가오게 만든다. 마치 향기로운 꽃에 꿀벌이 다가오듯.”

2026-09-27 · 책 한 줄

셋째, 하지 않은 일도 결정으로 남게 했습니다. 그 뒤로는 사고 싶었다가 사지 않은 날도 기록했습니다. 분기 회고 양식에는 “하지 않은 것도 결정이다. 기다린 것도 포지션이다.”라고 적어 두었습니다. 사지 않은 날이 기록에 남으니, 기다림이 아무것도 안 한 시간이 아니라 내가 고른 행동이 됐습니다.

다르게 볼 수 있는 점

  • 소급 기록에는 지금의 해석이 섞입니다. 그래서 문서마다 내 기억, 파일로 확인한 사실, 추정을 나눠 적지만, 이 글의 해석도 결국 지금의 내가 쓴 것입니다.
  • 기록이 있다고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. 기록 체계를 만든 뒤인 2026년 10월에도 나는 한 번에 한 자산으로 크게 옮긴 날이 있었고, 그날 기록에 헌장과 부딪히는 문장들을 스스로 적어야 했습니다. 기록은 위반을 막지 못합니다. 위반을 숨기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.
  • 기록 체계를 설계하는 일은 재미있어서 그 자체가 투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. 문서가 늘어나는 것과 판단이 나아지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.
  • 내 회복은 운이었습니다. 이 글은 기록하면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. 기록은 운이 끝났을 때 다시 0 근처로 가지 않으려는 장치에 가깝습니다.

이 글은 내 기록과 생각을 정리한 것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같은 선택을 권하지 않습니다.

이 글을 쓴 시점(2026-11-04 13:10 KST), BTC 약 $76,800, ETH 약 $2,260 (작성 시점 시장가, 반올림)

출처

개인 의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가격 목표나 매수·매도 권유는 하지 않습니다. 틀린 내용은 고치고, 고친 날짜를 남깁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