올인하고 싶었다가 참은 이유

요즘 마음이 좀 시끄러웠습니다. 그 얘기를 솔직하게 남겨 두려고 합니다.

한동안 밤마다 같은 화면을 띄워 놓고 있었거든요. 이더리움을 TAO로 바꾸는 스왑 화면이요. 그동안 쌓아 온 이더리움 기반을 통째로 옮기면 어떨까, 그 생각을 하면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했습니다. 이건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 아닌가 싶었죠.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고요.

왜 그렇게까지 끌렸는지 생각해 보면, 나는 AI가 미래라는 걸 머리보다 몸으로 먼저 느꼈던 것 같습니다. 처음에는 신기해서 몇 번 써 본 정도였는데, 어느 순간 일할 때도 공부할 때도 AI 도구를 켜 놓는 게 당연해졌더라고요. 예전 같으면 한참 붙잡고 있었을 일이 금방 정리되고, 막혔던 생각이 대화 몇 번에 풀리는 걸 매일 겪다 보니 이건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. 그 흐름 위에서 네트워크 하나에 건다면 나는 비텐서를 고르겠다고 생각했고, 그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.

문제는 확신이 커질수록 계산이 이상해진다는 거였습니다. 이렇게 확실하다고 믿으면서 왜 일부만 들고 있지? 믿는다면 다 걸어야 맞는 거 아닌가? 이런 목소리가 계속 들렸거든요. 그러면 다른 한쪽에서 또 묻습니다. 네가 맞더라도 타이밍이 틀리면 어떡할 건데? 시장이 한 번 크게 무너지면 그때도 웃을 수 있어? 며칠을 그렇게 혼자 주고받았습니다.

결국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.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, 맞히는 것보다 나쁜 사이클을 버텨 내는 게 먼저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. 아무리 방향이 옳아도 중간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면 그 옳음은 나한테 아무 의미가 없더라고요. 시장은 내 확신이 맞다고 증명될 때까지 친절하게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요.

그래서 정리한 건 이렇습니다. 이미 가지고 있는 TAO는 확신 가방으로 그대로 둡니다. 이건 수익만 보고 들고 있는 게 아닙니다. 가방이 있어야 내가 AI 이야기를 계속 붙잡고 따라가거든요. 하나도 안 들고 있으면 나는 아마 금방 무심해질 겁니다. 나를 그 정도는 압니다. 이더리움은 계속 기반으로 남겨 둡니다. 올인은 하지 않고, 현금도 어느 정도 들고 있으려고 합니다. 그리고 나가는 규칙은 지금 미리 써 두려고 합니다. 흥분해 있을 때나 겁에 질렸을 때 정하는 규칙은 대체로 엉망이었으니까요.

돌아보면 예전의 나는 철칙이니 헌장이니 하는 딱딱한 규칙을 꽤 진지하게 붙들고 살았습니다. 그런데 얼마 전 그걸 내려놓았어요. 시대가 바뀌었는데 규칙만 그대로이니 자꾸 나를 엉뚱한 쪽으로 끌고 가더라고요. 그렇게 다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남는 게 분명해졌습니다. 오래 이 시장에 남아 있는 것, 그거 하나면 된다는 생각이요.

이 글은 그냥 내 기록입니다. 누구에게 이렇게 하라고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.

다르게 볼 수 있는 점

물론 이 선택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. 올인하지 않았다는 건 정말 크게 오를 때 그만큼 덜 가져간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. 만약 이번이 진짜 평생 한 번 오는 기회였다면, 나는 신중함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가장 큰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. 확신한다면서 크게 걸지 못하는 건 사실 확신이 덜하다는 고백일 수도 있고요. 그 가능성은 열어 두려고 합니다. 다만 나는 틀렸을 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쪽을 골랐습니다. 지금은 그게 나한테 맞는 답 같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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